보습제나 선크림 뒷면, 아니면 앞면 한구석에 이런 문구가 자주 보여요. non-comedogenic. 논코메도제닉.
코메도(comedo)는 면포, 모공이 각질과 피지로 막혀 생기는 좁쌀 같은 여드름의 첫 단계예요. 논코메도제닉은 이 면포를 잘 만들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렇게 읽어요. 모공을 막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여드름이 잘 나는 사람이 써도 되는 제품이구나.
방향은 맞아요. 다만 이 문구의 무게는 그 뒤에 어떤 시험이 있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원료의 코메도제닉 점수를 만든 역사적인 동물 시험과, 완제품 표시를 뒷받침하는 시험은 서로 다른 이야기예요. 그리고 어떤 제품이 어떤 시험으로 이 문구를 뒷받침했는지는 제품별 실증자료를 봐야 알 수 있어요. 🔍
이 글은 그 시험들이 각각 무엇을 쟀는지 원 논문으로 확인하고, 한국에서 비슷한 표현인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에 식약처 고시가 어떤 자료를 요구하는지 정리한 기록이에요.
‘논코메도제닉’은 면포를 잘 만들지 않는다는 주장이지, 시험 하나의 이름도 여드름이 안 난다는 보증도 아니에요. 원료 점수(0~5)는 토끼 귀 모델에서 나왔고, 사람 대상으로는 등 피부에 시험물질을 붙인 뒤 모낭 내용물을 떼어 미세면포를 세는 방식이 30년 넘게 쓰였어요.
그런데 그 사람 등 시험도 2017년 업계 학술지 글에서 얼굴 실사용 임상시험과 대조해 검증된 적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저자들은 얼굴에 4~6주 직접 써 보는 실사용 임상시험을 기준(gold standard)으로 꼽았어요.
한국에서는 식약처 고시가 ‘여드름성 피부에 사용에 적합’ 표시에 인체 적용시험 자료를 요구하고, 일반 화장품이 여드름 치료·완화 효능을 광고하면 허위·과장 광고예요.
☐ 무엇을 시험했나 → 원료인지 완제품인지, 토끼 귀인지 사람인지
☐ 어디에, 얼마나 → 등 피부 패치인지 얼굴 실사용인지, 기간은 몇 주인지
☐ 한국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 → 식약처 고시상 인체 적용시험 자료가 있어야 표시 가능
☐ ‘여드름 완화 효과’ → 일반 화장품이면 허위·과장 광고(기능성화장품은 인체세정용 제품만)
바쁘면 여기까지만 봐도 충분해요. 아래는 자료를 하나씩 확인한 내용이에요. 👇
1. 원료 점수는 토끼 귀에서 나왔다
인터넷에서 ‘코메도제닉 지수’를 찾아보면 원료마다 0부터 5까지 숫자가 매겨진 표가 나와요. 이런 0~5 채점 방식을 쓴 대표적인 논문이 1989년 Fulton의 연구입니다.
Fulton JE Jr. Comedogenicity and irritancy of commonly used ingredients in skin care products. J Soc Cosmet Chem 1989;40:321-333
· 방법 — 원료를 프로필렌글리콜에 10%로 희석해 토끼(시험당 3마리) 한쪽 귀 안쪽에 1mL씩 하루 1회, 주 5일, 2주간 바르고, 반대쪽 귀를 대조로 둠. 모낭 각화 폭을 현미경으로 재 0~5 등급으로 채점
· 판정 — 0~1등급은 의미 있는 반응으로 보지 않고, 4~5등급을 양성으로 봄
· 저자가 밝힌 장단점 — 토끼 귀는 2주면 모낭이 막혀 사람 피부(최대 6개월)보다 빠르지만, “극도로 민감하다(extreme sensitivity)”는 단점이 있음
· 저자 결론 중 하나 — 중간 사슬 지방산이 짧거나 긴 사슬보다 모낭 각화를 더 강하게 일으키고, 에톡실화가 늘수록 코메도제닉·자극성이 낮아지는 경향
이건 토끼 귀에서, 그것도 저자가 직접 ‘극도로 민감하다’고 한 모델에서 나온 결과예요. 원료끼리 반응 정도를 견주는 선별 도구로는 쓸 수 있지만, 사람 피부에 면포가 생긴다는 걸 증명한 결과는 아닙니다. 2017년 Weiss와 Caswell의 정리도 같아요. 1989년 전문가 심포지엄은 “동물 모델에서 코메도 형성이 안 보이면 사람 피부에서도 코메도제닉일 가능성이 낮다”고 썼고, 토끼 모델은 결국 1차 선별 도구 자리로 밀려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도는 지수표가 정확히 이 논문에서 온 건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같은 0~5 척도를 쓴다는 것까지만 말할 수 있습니다.
2. 원료가 코메도제닉이라고 완제품도 그럴까
토끼 귀 결과가 원료 점수로 쓰이면서 한 가지 가정이 따라붙었어요. 원료가 면포를 만들면 그 원료를 넣은 완제품도 그럴 것이다. 2006년 JAAD에 실린 연구가 이 가정을 사람 시험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Draelos ZD, DiNardo JC. A re-evaluation of the comedogenicity concept. J Am Acad Dermatol 2006;54(3):507-512 (PMID 16488305, 초록)
· 문제 제기 — 동물 모델로 원료의 코메도 유발 가능성을 정하고, 완제품도 같을 것이라고 가정해 피부과 의사들에게 ‘피할 원료 목록’이 제시돼 왔다
· 방법 — Mills-Kligman 사람 시험을 변형해 완제품을 평가. 대상은 등 윗부분에 면포가 생기는 6명. 완제품 0.2~0.5mL를 적신 패치를 주 3회, 4주간 붙인 뒤 cyanoacrylate 채취로 제곱인치당 모낭·미세면포 수를 셈
· 결론 — 코메도제닉 원료를 쓴 완제품이 반드시 코메도제닉인 것은 아니다
· 저자가 밝힌 한계 — 분석한 완제품 수가 한정적
이 결론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까지예요. “원료를 보고 피하는 건 쓸모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대상은 6명이었고, 본 부위는 등 피부였어요. 얼굴 결과도 아니고, 여드름이 있는 사람이 실제로 제품을 쓴 결과도 아닙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건 원료 점수에서 완제품의 결과를 바로 끌어낼 수는 없다는 정도예요.
3. 사람 등 피부 시험도 ‘입증’까지는 못 간다 — 2017년의 지적
그렇다면 사람 등 피부에 붙여보는 시험이 답일까요? 2017년 J Cosmet Sci에 실린 짧은 글이 이 방식에 선을 그었어요. 저자 두 사람은 화장품 인체시험을 수탁하는 기관 소속입니다.
Weiss C, Caswell M. Non-comedogenic and non-acnegenic claim substantiation. J Cosmet Sci 2017;68(4):253-256 (Consumer Product Testing Company)
· ‘모낭 생검(follicular biopsy)’ 모델 — 모공이 큰 사람의 등 윗부분에 시험물질 약 0.2mL를 48시간(월·수)·72시간(금)씩 붙여 4주간 계속 노출.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접착제를 바른 유리 슬라이드를 피부에 붙였다가 빠르게 떼어 모낭 내용물을 채취하고 현미경으로 미세면포를 셈
· 저자들이 본 장점 — 토끼보다 낫고, 사람 기반이며, 비교적 저렴
· 핵심 지적 — “30년 넘게 쓰였지만 기준(gold standard)인 실사용 임상시험과 대조해 검증된 적이 없다.” 따라서 이 자료로 원료나 완제품의 논코메도제닉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 다른 한계 — ① 등과 얼굴의 면포 형성 관계가 확립된 적 없음 ② 슬라이드를 빠르게 떼어낼 때 흉터가 생길 수 있어 얼굴에는 권하지 않음(등에서도 우려지만 덜함) ③ 실제 사용 방식과 다름
· 저자들이 제시한 기준 시험 — 면포·여드름이 있는(얼굴 병변 25개 이하) 사람이 얼굴에 4~6주 직접 쓰고, 피부과 전문의가 시작·중간·종료 시점 병변을 세어 통계로 비교. 단점은 비용이라 이 시험을 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고 적음
2017년 시점, 두 저자의 견해예요. 규제 기준이 아니고, 이후 연구 전체의 상태를 말해주지도 않아요. 저자들이 권한 실사용 임상시험이 비싸다는 점, 그리고 저자들이 시험 수탁기관 소속이라는 점도 함께 적어 둡니다.
여기서 ‘생검’은 피부를 칼로 떼어내는 조직 검사가 아니에요. 접착제로 모공 속 내용물을 뜯어내는 방식입니다. 그래도 저자들은 흉터 가능성 때문에 얼굴에는 권하지 않았고, 그래서 시험이 등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곧 한계가 돼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토끼 귀 시험은 사람 결과가 아니고, 사람 등 피부 시험은 2017년 이 저자들 기준으로 얼굴 실사용 결과와 대조 검증이 안 된 방식이에요. 둘 다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둘 다 ‘내 얼굴에 몇 주 발랐을 때 면포가 늘지 않는다’를 직접 보여주는 시험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걸 직접 재는 건 얼굴 실사용 시험입니다.
4. 한국은 —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에 인체 적용시험을 요구한다
한국에서 이 이야기는 보통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해요. 이 표현은 식약처 고시에 이름이 직접 올라 있습니다.
식약처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 (고시 제2020-80호, 2020. 9. 4. 시행) — 별표 「표시·광고에 따른 실증자료」
· ‘여드름성 피부에 사용에 적합’ ▸ 인체 적용시험 자료 제출 (같은 별표에 ‘항균(인체세정용 제품에 한함)’, ‘피부노화 완화’, ‘붓기, 다크서클 완화’ 등이 함께 있음)
· 인체 적용시험의 요건(제4조) — 관련 분야 전문의 또는 병원·대학·전문 연구기관에서 5년 이상 인체 적용시험 경력을 가진 사람의 지도·감독, 헬싱키 선언에 근거한 윤리 원칙, 피험자 서면 동의, 선정·탈락 기준, 의학적 처치는 의사 책임
· 시험기관 — 국내외 대학 또는 화장품 관련 전문 연구기관(독립적인 기업 부설 연구소 포함)이 발급한 자료
고시 본문에 ‘코메도제닉’·‘논코메도제닉’·‘면포’라는 단어는 없어요. 피험자 수·기간 같은 구체적인 시험 설계는 대한화장품협회가 안내한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을 위한 시험방법 가이드라인」 쪽에 있을 수 있는데, 그 본문은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대한화장품협회 공지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 관련 표현 (등록일 2025-04-21)
· 일반 화장품에서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을 위한 시험방법 가이드라인」에 따른 실증자료가 있으면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하다고 표시·광고할 수 있다
· 하지만 해당 제품이 여드름 치료 또는 완화에 효능·효과가 있다고 표시·광고하면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 식약처가 허위·과대광고 모니터링 등 점검·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두 문장이 갈려요.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은 인체 적용시험 자료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적합성 표시예요. 여드름을 막아 준다는 보증은 아닙니다. ‘여드름을 낫게 한다·완화한다’는 효능 광고이고, 일반 화장품이 하면 허위·과장이에요.
5. ‘여드름 완화에 도움’이 허용되는 단 하나의 자리
그런데 ‘여드름성 피부 완화에 도움’이라는 말을 정식으로 쓸 수 있는 화장품이 있긴 해요. 범위가 아주 좁습니다.
코스모닝 ‘탈모·여드름성 피부 완화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 제정’ (2017-06-13)
· 식약처(당시 식약처 안전평가원)가 이 기능성화장품용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을 제정
· 목욕제품 효력평가 가이드라인(2014-11)을 참고해 만듦, 민원인 안내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설명 자료
언론 기사예요. 가이드라인 본문의 피험자 수·기간·평가 지표, 지금도 그대로 유효한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여드름 완화를 내세울 수 있는 화장품은 기능성화장품으로 심사·보고된 세정제뿐이에요. 크림, 앰플, 선크림이 ‘여드름 완화’를 말한다면 화장품의 범위를 넘은 광고입니다. 그리고 이건 ‘논코메도제닉’ 문구와는 또 다른 이야기라서, 셋을 한데 묶어 읽으면 안 돼요.
‘논코메도제닉’은 근거가 0이라는 뜻도, 보증이라는 뜻도 아니에요. 뒤에 있는 시험이 토끼 귀 원료 시험인지, 사람 등 패치 시험인지, 얼굴 실사용 시험인지에 따라 말해주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문구 하나보다 그 뒤의 정보를 보세요. 완제품으로 시험했는지, 사람 대상인지, 얼굴에 몇 주 썼는지를 브랜드가 밝히고 있다면 그 문구의 무게는 훨씬 커집니다. 그래도 피부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으니, 문구를 ‘면포가 안 생긴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그리고 일반 화장품 크림이 “여드름 완화”까지 말한다면, 그건 한국 기준으로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합니다.
이 글은 evidglow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논코메도제닉’ 뜻과 한계 — 토끼 귀 점수, 사람 등 시험, 그리고 한국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 표시 요건 — evidglow
